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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교육

창의교육 이야기

권역별 창의인성교육 거점센터의 활동성과 및 학교 현장의 교수학습법과 미래의 유망직업을 소개합니다. 

  • 작성자크레존 담당자
  • 등록일2019.02.28
  • 조회수1559

중‧고등학교 시절 문법 수업 기억나시나요? 국어 과목의 다른 영역과는 달리 문법은 암기할 것이 너무 많은 영역으로 생각하시고 있지 않으신지요? 간혹 탐구할 대상으로 언어를 바라보고 마치 과학의 실험처럼 언어를 다루는 수업을 하신 적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결국 정해진 답은 한 가지이고, 자신이 탐구한 결과가 그것과는 많이 달라 좌절하신 경험도 있으실지 모릅니다. 문법의 교육 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 어렵다, 실생활과 괴리감이 느껴진다, 양이 너무 많다, 연계가 잘 안 된다’ 등 부정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문법의 교육 방식에 대한 교사들의 대답은 ‘교사 주도의 설명’을 위주로 한다는 것이 가장 많았고 ‘반복과 암기’가 그 다음이었습니다. 노래나 퀴즈, 카드 등을 활용한다는 답변도 있었지만, 이것들 역시 반복과 암기를 좀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한 자구책에 불과합니다.

 

문법 교육학계에서는 소위 탐구학습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과서가 그렇게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문법 영역의 교과서는 교과서 별로, 단원 별로 그 양상이 모두 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설명 - 탐구 활동 제시형’, ‘탐구 활동 - 설명 제시형’, ‘설명 제시형’등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내용을 설명한 후 이를 바탕으로 실제 사례에 적용해보거나 이미 설명한 내용을 탐구해보는 ‘설명 - 탐구 활동 제시형’은 본질적으로 탐구 학습의 과정을 거친다고 할 수는 없으나, 교과서의 분량이 현재보다 더 늘어나기를 원하는 교사들의 경향과 기초 지식이 없으면 탐구 학습이 일어날 수 없다는 관점과 맞물려 탐구 학습을 교수·학습 방법으로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소단원에서 탐구해야 할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거나 이전에 한 번도 다루어보지 않아 생소할 경우에만 인정할 수 있습니다.

 

탐구 학습은 문제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학습이 시작되고 결론을 도출하여 일반화하면서 학습이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기존 교과서는 도출된 결론이나 일반화된 이론을 먼저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탐구 학습이 시작되기도 전에 할 필요가 없어지는 기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따라서 탐구 학습이 가능하도록 교수‧학습 과정을 구성하려면 먼저 ‘문제에 대한 인식’이 가능해야 합니다. 문제에 대한 해결을 가장 중시하는 교육 방법인 ‘PBL’(Project Based Learning, Problem Based Learning)에서는 ‘탐구 질문’(Driving Question, DQ)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탐구 질문이 없더라도 해당 개념을 이해할 수는 있는데, 이는 어떤 문법 교육이 교사의 주도적 설명과 학생의 암기로 수행되었던 것과 비견할 만합니다. 탐구질문은 PBL에서 ‘프로젝트의 목적을 명시함으로써 프로젝트 내의 다양한 모든 활동들을 조직’(Sara Hallermann, John Larmer, John R. Mergendoller, 「PBL in the Elemintary Grades: 설양환, 박한숙, 이수영, 황윤한 역(2014)」, 프로젝트 학습, 아카데미프레스, 2011)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탐구 질문으로 교수‧학습을 시작할 수 있다면, 교과서의 모든 활동과 읽기 자료는 문법 지식 탐구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됩니다. 그리고 학생은 설명된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동적인 학습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자료 1> ‘S 출판사’ 고등학교 국어Ⅰ 중 일부

<자료 1>과 같이 본문에서 국어의 자음 체계를 제시한 후에 ‘ㅍ, ㅌ, ㅋ, ㅊ’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알아본다거나, 동일한 교과서의 다른 부분에서 ‘ㅣ, ㅡ’를 차례로 발음해 보고 혀의 전후 위치에 대해 말해 보는 활동을 하는 것은 탐구 학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미 자음 체계와 모음 체계를 아는 상태에서 자음의 조음 방법이나 모음의 조음 위치 등을 확인하는 차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지필고사에서 답을 찾기 위하여 국어의 음운 체계 표를 ‘암기’하게 됩니다.

 

저는 이 부분의 학습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았습니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거쳐 학습의 범위를 줄이고 자음과 모음의 특성, 자음의 조음 방법의 구분 등을 학습할 때, “많은 사람들이 ‘꽃이’, ‘꽃을’ 등의 발음을 [꼬치], [꼬츨]과 같이 하지 않고 [꼬시], [꼬슬]과 같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와 같이 탐구 질문으로 교수‧학습을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교과서를 비롯한 참고 자료를 사용하도록 하였습니다. 학생들은 4명 정도 한 모둠이 되어 이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하였고 그 과정을 4절지에 작성하여 발표하였습니다.

<자료 2> 학생들의 발표 모습

앞에서 제시한 문제를 해결한다면 ‘ㅅ’이 다른 자음에 비해 조음 방법상 어떤 특징이 있는지, 모음과 자음은 어떤 점에서 다른 지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교과서의 활동에 비해 후자의 교수‧학습 방식은 다루고자 하는 학습의 범위가 좁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유의미한 학습이 일어났느냐에 관한 관점으로 본다면 결코 후자의 교수‧학습 방식에서 다루는 학습의 범위가 좁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법의 소영역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 ‘ㅢ’의 반모음은 진짜 ‘ ἵ ’ 일까?

㉡ 국어의 단모음 체계가 유의미한 이유는 사투리에서 발견할 수 있다?

㉢ ‘달나라’에 나오는 두 ‘ㄹ’은 다른 방식으로 소리가 난다?

㉣ 휴대폰 자판을 통해 본 한글의 우수성은?

㉤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을 때에는 ‘ㅸ’, ‘ㅿ’, ‘ㆍ’과 같은 글자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현재 쓰이는 글자 중 500년 뒤에 사라지게 될 것은?

<자료 3> 문법 영역의 탐구 질문 사례

<자료 3>의 탐구 질문은 주로 문법 영역의 ‘음운론’ 관련 성취 기준을 달성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을 통해 반모음의 개념, 현재 반모음과 관련된 해석의 문제점 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은 현대 국어 화자들이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단모음 체계를, ‘냄비’와 같은 ‘ㅣ’모음 역행동화 현상을 활용하여 체계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은 설측음과 탄설음의 개념은 물론, 언어권에 따라 다르게 인지되는 음운에 대한 인식을 공고하게 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을 통해 한글의 제자 원리를 이해할 수 있고, ㉤을 통해 음운과 음가에 대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학생들이 다 찾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힌트를 주기도 하였으나, 예상했던 것보다 학생들의 탐구 결과가 더 우수하였습니다. 그리고 비록 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 나름의 내적 체계를 가진 탐구 결과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 토의하는 과정을 통해 탐구 결과가 더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수준과 적성에 맞게 풍부한 자료를 활용하여 주도적으로 탐구 결과를 도출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교수‧학습 과정이 지필평가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어울리지 않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참여중심으로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하여 ‘과정중심 평가’를 확대하고자 합니다. 이를 선언적인 의미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그간 교육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문법 영역 문제를 통해 문법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출제하였습니다. 2016학년도 국어영역(B형)에 출제된 다음 문제(자료 4)는 ‘파생어’와 ‘합성어’의 단어 형성 원리와, 표기에 반영된 ‘표음주의’와 ‘표의주의’의 원리를 구별할 줄 아는가를 물어보는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를 푸는 데 교사 중심의 설명 위주 수업 방식보다는 탐구 학습이 더 효과적이며, 학문 문법의 체계에 대한 지식보다는 단어 형성의 원리에 대한 지식이 더 직접적으로 작용합니다.

<자료 4> 2016학년도 국어영역(B형) 문제

평가 때문에 문법 교육의 방법이나 내용 제시 방식을 변화시키기 어렵다는 것은 이제는 설득력이 사라진 주장입니다. 교육부가 2016년 4월 25일에 발표한 ‘고교 맞춤형 교육 활성화 계획’에 따르면 “학생의 주도적인 수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객관식 지필평가의 비중을 축소하고 수업과 연계한 과정평가를 확대하여 실시”한다고 합니다. 체육‧예술 및 전문교과 실기 과목은 수행평가만으로 평가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였는데, 이는 국어과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물론 학교의 지필 평가에서도 평가 방식은 답이 정해진 평가보다는 사고의 과정을 판단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관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선택형 문제보다는 서술형 문제가 더욱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런데 서술형 문제는 평가의 객관성 및 공정성이 항상 문제가 됩니다. 선택형 문제는 답의 범위가 정해져 있지만, 서술형은 평가를 하는 사람에 따라 답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사실은 선택형이든 서술형이든 모두 객관식 평가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상적으로는 ‘선택형=객관식, 서술형=주관식’이라고 인식하여 서술형 평가에 대한 평가 가능성에 회의를 가지게 됩니다. 객관식은 정오가 존재하지만 ‘자기의 지식이나 생각을 서술하는’ 주관식은 정오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서술형으로 작성된 답이라 하더라도 논리적 오류가 없고 결론의 도출 과정이 합리적이라면 ‘객관적으로 적절하다’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교의 평가는 이러한 답을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의 서술형은 주관식 평가가 아니라 객관식 평가입니다. 다음으로 평가자 간에 따라 서술한 내용의 점수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에 대해서도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다만 평가자의 공정성에 맹목적으로 의심을 제기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교육 문화의 개선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선택형 문항 역시 해당 부분의 지식이 없더라도 우연에 의해 정답을 맞힐 수 있다는 결함을 지니고 있어 완전히 공정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확실한 것은 한 가지 답을 찾는 평가보다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평가하는 문제 형태가 학생이 수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법 교육의 방법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료 5> 생활 속에서 어문규정의 오류 찾기 예시

<자료 6> 미래의 한글날 기사 쓰기 활동 예시

결국 문법 수업은 질문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수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더 이상 지식의 수용자가 아니라 지식의 생산자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문법 교육이 창의 교육이 되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문법 수업에서 질문한 학생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어문 규정과 관련된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이 주변에서 어문 규정에 어긋난 예를 찾아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의 국어 문화를 개선할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창발’이 시작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교사 김영식, 문법 수업 중
 
김영식 교사 (대구일과학고등학교)
수도‧중부권 중등 창의교육 거점센터 (충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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