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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투모로우’와 ‘지오스톰’으로 살펴본 기후 위기
작성자c*********1 조회54
등록일2024-04-16

양훼영 기자 <YTN 사이언스>


4월 첫째 주가 되자 길목마다 활짝 핀 벚꽃들로 가득합니다. 매년 이맘때쯤 벚꽃 축제를 한 것 같은데, 올해도 전국 곳곳에서 벚꽃 없는 벚꽃 축제가 열렸습니다. 지난해에는 벚꽃이 너무 일찍 펴서 문제였고, 올해는 예년처럼 늦게 펴서 문제가 됐습니다. 꽃이 피는 시기는 온도와 빛에 의해 결정됩니다. 문제는 어제는 반팔을 입다가도 오늘은 경량 패딩을 꺼내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 봄철의 기온 변동성이 커졌다는 겁니다. 꽃을 피우려면 충분히 따뜻해질 때까지 온도를 채워야 하는데, 변덕스러운 봄​날씨에 기후 위기까지 겹쳐 벚꽃 개화 시기를 예측하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영화 '투모로우' 스틸컷 [출처: 네이버 포토]


기후 위기, 이제는 익숙한 단어가 됐지만, 영화 ‘투모로우’가 나왔던 20년 전만 하더라도 기후 위기는 그저 SF영화 속 설정에 불과했습니다. 주인공이자 기상학자인 잭 홀은 빙하를 연구하던 중 이상 기후를 감지하고 북반구 전체에 빙하기가 찾아온다고 예측합니다. 당연히 아무도 안 믿어줍니다. 하지만 얼마 후 태풍과 해일, 눈 폭풍이 지구촌 곳곳을 강타하더니 결국 북반부는 점차 얼어붙게 되면서 빙하기가 시작됩니다. ‘투모로우’가 개봉한 지 올해로 20년이 지났습니다. 개봉 당시에는 영화적 설정이 비과학적이라며 오류를 지적하는 글도 꽤 많았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투모로우’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온난화 심해지는데 왜 겨울은 더 추워질까?
 
지난해 12월 초, 한낮 기온이 20도에 육박할 정도로 따뜻했던 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주 뒤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며 최강 한파가 찾아왔습니다. 올겨울엔 ‘7한7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따뜻한 겨울과 매서운 한파가 번갈아 나타났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겨울이 따뜻해지는 건 직관적으로 이해되는데, 왜 더 추워지는 걸까요?
 
우선 제트기류의 약화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제트기류는 북극 주변에 있는 빠르고 좁은 공기 흐름을 말합니다. 북극 5km 상공에는 영하 40℃ 이하의 차가운 소용돌이 기류, 제트기류가 머물고 있습니다. 제트기류는 북극의 차가운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하는데, 북극과 중위도의 기온 차가 작을수록 제트기류가 약해집니다. 온난화로 인해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태양열을 반사하는 양보다 흡수하는 양이 더 많아졌습니다. 태양열을 받아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는 ‘북극 증폭’ 현상이 나타나면 북극과 중위도의 기온 차가 줄어들어 제트기류가 약해집니다. 약해진 제트기류에 의해 북극의 찬 소용돌이가 중위도까지 내려오고, 한반도와 북미를 비롯한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 강력한 겨울 한파가 찾아온 겁니다. 

 
우리나라 겨울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북대서양 멕시코만류 해양전선(왼쪽)과 북미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쿠로시오 해류(오른쪽) 전선 모습 [출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또 다른 원인도 제기됐습니다. 겨울철 이상 한파는 북극 바다 얼음의 감소와 제트기류 약화가 아니라 중위도 해양 전선의 열 축적 영향이 더 큰 원인이라는 겁니다. KIST와 연세대 공동 연구팀이 2000년대 이후 동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 겨울철 한파가 늘어난 원인을 조사한 결과, 대서양과 태평양 중위도 지역 해양 전선의 열 축적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지구를 6만여 개 지역으로 나눈 뒤 지난 63년 동안 기온 관측값과 수온 추정값, 기후모델 모의실험 결과 등을 토대로 지역별로 겨울철 기온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찾아냈습니다. 그 결과, 멕시코 부근의 멕시코만류에 열이 쌓일수록 우리나라에 이상 한파가 찾아왔고, 반대로 미국과 캐나다의 한파는 쿠로시오 해류의 열 축적과의 관련이 뚜렷했습니다. 연구팀은 해양 전선 지역에 열 축적이 수십 년까지 지속된다면서 열이 축적될 때는 대륙에 이상 한파가 나타나는 온난화 정체기가, 해양 전선이 차가워질 때는 이상 고온이 나타나는 온난화 가속기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투모로우’ 속 빙하기는 정말 올까?
 
바닷물에는 두 개의 큰 흐름이 있습니다. 하나는 바람에 의한 표층 순환, 다른 하나는 바다 깊은 곳에서 흐르는 심층 순환입니다. 표층 순환은 흔히 말하는 해류로, 열에너지 교환뿐 아니라 탄소, 산소, 영양분 등을 교환하며 가까운 대륙 날씨와 전 지구적 기후에 영향을 미칩니다. 멕시코만에서 시작된 따뜻한 해류는 그린란드 근처로 가면 밀도 차이에 의해 아래로 가라앉게 됩니다. 북극의 바다 얼음이 일종의 심장처럼 따뜻한 바닷물을 밑으로 내려보내고, 심층 순환을 통해 따뜻한 곳으로 차가운 바닷물을 돌려보냅니다. 이것이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입니다. 이처럼 심층 순환은 남극과 태평양으로 이어지고, 다시 표층 순환을 통해 대서양과 북극으로 돌아와 지구 기온이 평형을 유지합니다.

지구 해양을 흐르는 거대한 해류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The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AMOC). 붉은색은 표층 난류, 푸른색은 심층 한류.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 평형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민물이 바다에 추가로 유입돼 북극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낮아졌습니다. 또, 태양열 흡수가 늘어나 북극 바닷물 온도는 올라갔습니다. 북극 바닷물의 밀도가 낮아지면서 해류를 타고 들어온 따뜻한 물이 심층으로 밀어내지 못하게 되면서 해류 순환의 힘도 약해지게 됐습니다. 이렇게 해류 순환이 멈춰 급격한 기후 변화가 일어나 빙하기가 온다는 설정이 바로 영화 ‘투모로우’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영화 ‘투모로우’와 같은 상황이 내년부터 현실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닐스 보어 연구소와 수리과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전 지구 기후를 좌우하는 심층 해수 순환 시스템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이 2025년부터 붕괴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1870~2020년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기록을 분석한 결과,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내년부터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이 붕괴하기 시작해 2095년 전에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두고 예측 모델이 너무 단순하고 불완전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연구를 이끈 페터 디트레브센 교수는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 붕괴가 임박했다는 지표는 무시해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지오스톰’처럼 기후 바꿔 온난화 막는다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맺은 이후 세계 각국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역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현재의 탄소배출 감축 노력만으로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는 것 이외에도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이나 인공강우 등 적극적인 지구공학 기술 등을 이용해 에너지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영화 '지오스톰' 스틸컷 [출처: 네이버 포토]


지난 2017년에 개봉한 영화 ‘지오스톰’은 기후를 통제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지구 기후를 조종할 수 있는 인공위성 시스템 ‘더치보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재해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데 성공하지만, 갑자기 발생한 오작동으로 인해 허리케인과 쓰나미가 발생하고, 화산 폭발 등 세계 곳곳에서 기후 재앙이 발생하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영화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지만 현실에서도 과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지구 온도를 낮출 수 있는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기와 땅, 바다로 이어지는 전 지구 온도 순환 시스템에 인간이 개입해 다양한 기술로 온난화 속도를 늦추자는 ‘지구공학’을 이용하자는 겁니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는 지난 2월 2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지구 대기에 얼음을 뿌려 온도를 낮추자는 아이디어를 공개했습니다. NASA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연구팀과 공동으로 성층권인 약 17km 고도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얼음 입자를 뿌리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수증기는 지구에서 방출되는 열을 흡수해 우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연구팀은 성층권에 얼음 입자를 뿌려 온도가 낮아지면 성층권에 머물던 수증기들이 얼음으로 바뀌고, 지상으로 얼음이 떨어지게 해 성층권의 수증기를 줄이겠다는 겁니다. 모델링에 따르면, 매주 2t의 얼음 입자를 성층권에 뿌리면 지구 온도를 충분히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성층권에 띄운 기구로 미세입자를 뿌리는 지구공학 실험 SCoPEx 상상도 [출처: MIT 테크놀로지 리뷰]


자연으로부터 얻은 지구공학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지난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하면서 2천만t의 이산화황이 분출됐는데, 이때 이산화황이 성층권을 따라 전 지구를 순환하면서 햇빛을 막아 평균 기온이 0.5℃ 내려간 바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성층권에 미세 입자를 뿌려 햇빛을 차단하는 방법들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고도 10~50km 성층권에서 탄산칼슘 2kg을 뿌려 햇빛 차단 효과가 어느 정도 되는지 확인해 보는 ‘성층권 제어 섭동 실험(SCoPEx)’을 준비해 왔습니다. 연구진은 성층권에 뿌린 미세 입자가 어떻게 흩어지는지, 성층권에 있는 다른 화학물질과 어떤 반응을 하는지, 실제 햇빛 반사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성층권에 뿌려질 탄산칼슘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일으킬지 알 수 없다는 반대에 부딪혀 결국 실험은 시작도 못한 채 취소됐습니다.
 
이외에도 우주에 거대한 반사 거울을 설치해 지구로 오는 햇빛을 되돌리는 방법도 있고, 마치 양산을 씌우듯 지구에서 약 150km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에 250만t에 달하는 거대한 차단막 설치해 지구 온도를 낮추자는 계획도 발표된 바 있습니다. 또, 구름 입자 크기를 줄여 햇빛 반사율을 높이거나 선박을 이용해 해수면에 거품을 일으켜 반사율을 높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부작용에 관한 우려도 크지만,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방법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과학계에서는 지구공학 관련 기술 개발과 실험이 무분별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환경 영향 평가 방법을 만들고, 국제적 규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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