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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교육

해외창의 이야기

해외 창의‧인성교육 관련 최신 전문 지식 및 교육 정보를 제공합니다. 

  • 작성자크레존 담당자
  • 등록일2015.08.03
  • 조회수2258

연재를 시작하며 :

 

미국의 창의성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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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연구년을 가질 수 있는 첫 기회를 얻었다. 이 귀한 시간동안 어디서 무얼 해야 하나. 사실 ‘무엇’은 비교적 쉽게 결정했다. 내가 그간 해왔던 창의성에 관한 연구를 토대로 책을 집필한다는 계획이다. 알아듣기 힘든 이론으로 무장한 책이 아니라 현장의 경험이 녹아든 책, 그래서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을 집필하고 싶은 게 내 바램이다. 상상력에 대한 책을 낸지 무려 9년이 지났으니(『미래를 만드는 새로운 문화 새로운 상상력』이 그 책인데 놀랍게도 아직 절판되지 않고 꾸준히 팔리고 있다) 10년째에는 뭔가 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 동안 책도 안 쓰고 뭐했냐고 누가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으나 결코 놀았던 건 아니다. 첫 책을 낸 후 이어령 선생님이 만드신 한국 최초의 창조학교인 경기창조학교에서 ‘창조 이론과 교육’ 멘터로 온라인/오프라인 강의를 꾸준히 해왔다. 재직하고 있는 대학교에서는 현재와 미래 상상력의 큰 패러다임을 다루는 교양수업 ‘21세기 문화와 상상력’을 개설하여 10학기 동안 강의했고, 이어서 창의성의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가르치는 ‘창조와 상상의 기술’이라는 수업을 7학기째 강의하고 있다. 유네스코 창의성 포럼 기획에도 참여했고, 과학창의재단과 인연을 맺고 창의·인성포럼, 창의·인성 심화연수를 개최했으며, 훌륭한 교육비전과 현장경험을 갖고 있는 초·중·고등학교 선생님들과 융합형 수업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 콘텐츠와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풀어낼 것들이 무궁무진할 터인데, 변명이지만 역설적으로 그거 하느라고 책 쓸 여력이 없었다(이 대목에서 ‘유~’로 시작하는 이모티콘이 무척 쓰고 싶어진다).

 

 

연구년 동안 창의성에 관한 괜찮은 책 한 권을 쓴다는 목표가 결정되었으니 ‘어디에서’가 남았다. 연구실을 일찌감치 후보에서 제외시키고 생각해본다. 집에서 두문불출 칩거하며 집필에 매진? 왠지 좀 처량한 그림이 그려진다. 젊은이들처럼 카페의 소음을 즐기며 별다방 콩다방에서 자유롭게 집필? 그런데 과연 나를 찾는 전화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럼 국내를 떠나 해외로 가야 하나? 등등 번민의 시간과 오랜 숙고의 시간을 거쳐 결국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것도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을 데리고 단 둘이서. 좋겠다 부럽다 주위에서 더 난리다. 결국 애 때문에 미국에 가는 거로군. 어디 연구나 제대로 하겠어? 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걸 뒤로 하고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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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연구와 내 아이의 교육을 위해 왜 미국을 선택한 것일까? 1년의 시간을 보내고 난 후 내가 기대하는 궁극적인 성과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실 왜 많은 젊은이들이 미국으로 어학연수나 유학을 떠나며, 왜 한국의 부모들이 기러기 생활과 생활고를 감수하면서까지 자녀들의 교육을 미국에서 시키고 싶어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대답과 어느 정도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답은 너무 쉽지 않은가? 영어 잘하려고 그러는 거지. 라고 생각한 분들을 위해 일찍이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거가 좋은 말을 했다. 너무 쉬운 답은 옳은 답일 리 없다고.

 

 

물론 영어 잘하려고 미국에 간다는 답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다. 현지의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며 문화와 언어를 습득한다는 장점은 크다. 나도 내 아이가 남들이 다 가니까 어쩔 수 없이 가기 싫은 학원에 가서 괴롭게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는 친구들·선생님들과의 관계나 생활 속에서 즐겁게 언어를 배우고 구사하게 되기를 바란다. 프랑스 문학 전공인 나 또한 영어가 편한 언어는 아니기에 이곳에서 1년 정도 지내면 나중에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하거나 영미권 학자들과 함께 식사를 해야 될 때 전처럼 초긴장 + 체하기 직전 상태에 이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오직 그 이유만을 위해 미국에 대한 온갖 정보를 모으고, 나를 초청해 줄 학교와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고, 새로 머무를 집을 알아보고, 비자를 준비하고, 잘 살던 한국 집의 짐을 빼서 컨테이너에 보관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살고, 대출 받고... 언어와 문화가 달라서 고생하고 서러움 느끼고... 한 마디로 안정되고 평화로운 삶을 뒤흔들며 사서고생을 자처하는 건 아닐 거라는 얘기다. 한창 미국 조기 유학 붐이 불더니 이제 한풀 꺾여 비용도 많이 들고 수학 등 다른 과목의 성적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교육하기를 선호하는 부모들이 많아진 것도 현실이다. 영어 잘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영어에 올인하면 대학도 가고 취직도 되는 시대는 지났고 말이다.

 

 

그렇다면 초중등 교육도 그렇고 대학 교육도 그렇고 연구 환경도 그렇고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뛰어나서일까? 물론 미국유학을 결심하는 데는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깊은 비판과 절망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이들의 개성이나 창의성을 말살시키는 입시 위주의 교육, 지나친 경쟁, 사교육의 과열, 한국 부모들의 끝도 없는 욕심, 공부 기계가 되어 결코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 그리고 미국의 교육은 이 모든 것의 정반대 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살아보지도 않고 미국 교육이 뛰어난지 대체 어떻게 안단 말인가? 물론 이미 가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테고, 미국 교육에 대한 책도 많이 나와 있고, 이모, 고모, 삼촌, 시어머니, 사돈의 팔촌 중 한 명은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도 있을테니 정보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각자의 경우는 다 다른 법, ‘~하더라’라는 정보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또한 미국의 환상적인 교육 시스템에 대한 온갖 신화와 전설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1~2년 잠깐 행복하자고 모든 것을 걸고 미국에 갔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 겪을 더 큰 불행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실제로 한국 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도로 미국에 간 아이들도 있고, 가족 모두 1~2년 예정으로 갔다가 ‘1년 가지고는 모자라니 여보 당신만 한국 가서 돈 벌어... 우린 여기 남을게...’ 하여 울며 겨자먹기로 기러기 가족이 되는 경우도 여럿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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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에 관한 책을 어디에서도 쓸 수 있었지만 굳이 미국에서 쓰기로 결심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어느 책이나 정보에서도 알아낼 수 없는 실질적인 궁금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부모들이나 교사들이 어떻게 교육을 하길래 겉으로는 껄렁껄렁해 보이는 아이들도 공공장소에서는 예의가 바른 건지(왜 세상에서 둘도 없이 착하고 얌전한 내 아이는 식당에서 뛰어다니고 쇼핑 카트를 가지고 위험하게 장난치는지). 그들은 어떻게 교육을 하길래 선생님의 질문에 대해 한 명도 똑같은 답을 하는 아이들이 없는지(학생들에게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과제를 해야한다고 말하거나 강요한 적이 결코 없는데도, 왜 나의 학생 80명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과제를 해결하고, 똑같은 폰트와 크기로 된 비슷한 내용의 과제물을 제출하는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창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창의적인 노하우는 무엇이며, 과거의 같은 방식을 답습하는 경영이 아니라 애플이나 구글, 자포스와 같이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선구적인 길을 개척하는 ‘창조 경영’의 아이디어들은 어떤 방식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인지. 대한민국의 학생들을 주저함없이 자기 생각을 발표하고,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도 많고, 적극적이고, 도전적이고, 독립심이 강하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키우려면 어떤 방식의 교육과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한 건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창의·인성교육을 표방하는 많은 좋은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다. 창의체험학습, 창의·인성교육 수업모델, 창의·인성교육 현장포럼, 창의·인성교육 컨설팅, 창의·인성교육 거점센터, 자율형 창의경영학교, 창의·인성교육 모델학교.... 하지만 이런 의미 있는 변화들이 시도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이러한 것들은 ‘현장’과 거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이런 목소리들은 무엇보다 진도는 언제 나가고 입시 준비는 어떻게 하며 평가는 어떻게 할거냐고 묻는다. 창의성이 대학 가게 해주냐고 묻고 괜히 개성이니 독창성이니 하며 겉멋 들게 해서 하라는 공부만 안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 창의성이야 타고난 영재들이나 예술 계통으로 갈 아이들의 얘기고 평범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입시 공부에 충실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도 묻는다. 그리하여 여전히 배워야 할 절대적인 ‘진도’를 설정하고 선생님이 ‘진도’에 맞게 지식을 아주 효과적으로 가공해서 그 요점을 전달하고 아이들이 일방적으로 이를 흡수해내는 방식으로 입시교육이 지속되고 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기쁨이나 자신의 호기심이나 질문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는 성취감,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색하고 자신이 좋아하고 연구한 것들이 이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창의적인 교육의 길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아이들이 넘어질까봐 부지런히 아이 앞의 돌부리를 치워주면서 아이의 길을 자신의 마음대로 설계하는 한국의 부모들, 시행착오를 기피 1순위로 생각하며 목표지점으로 가는 최단 지름길을 알려주는 족집게 학원강사들, 과도한 업무에 지쳐 초기 교사 시절 꾸었던 진정한 교육의 꿈은 펼쳐볼 기회도 없는 교사들.... 창의적인 교육을 저해하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결국 자기를 찾기 위해 타지로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나또한 우리나라의 창의성 교육의 길을 찾기 위해 이 먼 나라로 떠나온 게 아닐까? 이곳 대학 교환교수로 적을 두게 되었으니 고등교육의 면모를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고, 마침 내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니 이 곳 초등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구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더불어 중고등학교,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예술교육 현장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고, 창의적인 교육에 몸담는 많은 전문가들과 만나서 얘기를 나눌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볼 수 있으리라. 또한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서부에 왔으니 창의적인 기업들을 보다 가까이에서 취재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물론 내 경험은 한정적이겠지만 창의성 분야의 연구를 계속해 온 사람으로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사실들을 아주 세밀하게 기록해나간다면 여러 창의적인 교육·경영이론들이 관념적으로만 알려주었던 사실들과는 다른 실질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1년 동안 미국 교육을 받으며 내 아이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나는 어떤 발견들과 깨달음을 얻게 될는지 궁금하다.

 

 

산타바바라

 

 

창의블로그에 접속하는 한국의 많은 교육관련 종사자 분들이 이 글을 읽고 궁금한 점, 내가 있는 미국 서부 쪽에서 가보거나 만나봤으면 하는 기관이나 인물들, 대신 질문해줬으면 하는 질문들에 대해 자유롭게 댓글로 남겨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다. 댓글을 반영하여 더 의미 있는 취재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더 큰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산타바바라에서,

조윤경(이화여대 교수, UCSB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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