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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교육

해외창의 이야기

해외 창의‧인성교육 관련 최신 전문 지식 및 교육 정보를 제공합니다. 

  • 작성자크레존
  • 등록일2015.09.10
  • 조회수1522

‘재밌으면서 교육적인’ 로데오 데이

 

 

 

개학식 직후 아이의 학교에서 안내문을 받았다. 4학년부터 6학년까지 Rodeo day를 개최할 예정이니 동의서를 보내라는 거였다. 로데오? 이 카우보이의 후예들이 학기 시작하자마자 벌써 축제를 한판 벌이는 건가 생각했다. 그런데 자전거와 헬맷을 가지고 오라고 써 있었다. 제멋대로 날 뛰는 야생의 소 대신 자전거로 황야를 질주하는 대회인가? 어쨌든 재밌겠다 싶었다.

 

 

부모가 동의하지 않거나 아이가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 시간에 보조 선생님과 독서 관련 활동을 하게 된다고 나와 있었다. 늘 바쁜 엄마, 아빠라는 핑계로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도 가르쳐주지 못했던 탓에 아이는 두 발 자전거를 전혀 탈 줄 몰랐다. 여기 애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잘 탈 테니 학교에서 자전거 타는 법부터 가르쳐줄 리는 만무하고, 그냥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거나 독서 활동을 하는 게 어때? 아이에게 물어보니 아이는 강력하게 참가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학교에서 하는 활동들은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참가해보라면서요?”라는 결정적인 한 방에 함께 다운타운으로 가서 트렁크에 겨우 실리는 크기의 자전거와 헬맷을 사가지고 왔다.

 

 

로데오 데이까지 남은 시간 3일. 저녁을 먹고 선선해진 시간에 맹연습이 시작되었다. ‘뭐 그 전까지 되겠어? 그래도 이번 기회에 좋은 엄마 노릇이나 하지’라는 내 느슨한 마음가짐에 비해 아이는 결연한 표정이었다.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몰라 첫 날은 자전거를 무작정 붙잡고 평지에서는 슬슬, 내리막길은 함께 달리고, 오르막길은 헥헥거리며 왔다 갔다를 무한 반복했다. 뭔가 조언도 해줘야 할 것 같아 “자전거는 균형이 생명이야. 왼쪽으로 기울려고 하면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기울려고 하면 왼쪽으로 살짝 힘을 줘봐. 느낌 와? 느낌 와?”를 반복했다. ‘야매’ 코치 낌새를 전혀 눈치 못 챈 딸은 “자전거는 균형이 생명”이라고 구호처럼 외치며 열심히 애를 썼다. 균형이 잘 잡힌 느낌이 오는 순간, 몇 번 붙잡은 손을 살짝 놓아봤는데 조금 가다가 “어어어어~ ”하면서 금방 쓰러지곤 했다. 첫 날이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집으로 돌아오는데 손목이 욱신욱신 아팠다.

 

 

D-2 저녁. 저녁을 먹으니 하루의 피로가 몰려들어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 책보며 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은데, 딸이 “자전거 연습하러 가요”라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둘째 날은 몸놀림이 좀 더 유연해져서 자전거 몸체를 꽉 붙잡지 않고 어깨만 살짝 잡아줘도 돼서 일단 살 것 같았다. 잡은 손을 떼고 혼자서 꽤 쭉 앞으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오~” 감탄을, 딸은 “예~” 환호성을 질렀다.

 

 

D-1 저녁. 처음에만 잡아주면 자기 힘으로 쭉 직진해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로데오 데이에 참가하려면 출발할 때도 내 힘으로 해야 할 텐데...’ 혼잣말을 하는 딸을 보니 문득 어렸을 때 자전거 탔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페달을 앞으로 밟고 나갈 수 있는 높이의 위치에 놓고 출발하면 돼”라고 설명해주니 여러 번 연습 후 혼자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자전거 실력이 점점 느는 걸 스스로 느끼니 딸이 너무 신나했다. 지켜보는 내가 흐뭇한 건 물론이었다. 무언가를 배우려면 ‘전문가 선생님’의 강습을 받아야 자세도 올바르고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늘 젖어 살다가 더 중요한 건 자기 힘으로 하는 거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의 응원과 도움을 받아 일단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시도해보면 전문가가 스킬이나 요령을 가르쳐줬을 때와는 다른 자기만의 깨달음, 한 단계씩 알아가는 기쁨, 스스로 해냈다는 강렬한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 말이다. 이로서 우리 모녀는 아주 특별한 마음가짐과 나름의 준비된 자세로 ‘로데오 데이’를 맞이했다.

 

 

‘로데오 데이’라고 하지만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는 건 아니고, 오전에는 정규 수업을 하고 점심을 먹고 나서 일정이 진행되었다. ‘로데오’라는 말에 온갖 상상력이 발휘된 나의 예상과는 달리 실상은 자전거 안전교육의 날이었다. 프로그램은 자전거 수신호 교육과 도로교통 안전교육 두 파트로 나눠서 진행되었고 각 파트마다 담당 선생님이 한 분씩 계시고, 자원봉사로 지원한 학부모들 4~5명이 진행을 보조하였다. 한 조가 수신호 교육을 받을 때, 다른 조는 도로교통 안전교육을 받는 식이었다. 그리고 그 진행과정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도로교통 안전교육의 경우, 운동장 바닥에 도로 표시, 우회전, 좌회전, 교차로 등의 표시를 정확히 그려 놓고, stop 사인, 나무 등을 세워두어 가능한 한 실제 도로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해놓았다. 그리고 처음에는 자전거를 세워 두고 선생님과 함께 도로를 걸어 다니며 도로에서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였다. 

 

“처음에 출발할 때 어떻게 해야 하죠? 다른 차가 오지 않는지 왼쪽 오른쪽 왼쪽을 확인해야 해요” 선생님의 설명이 있은 후 아이들은 한 명씩 마치 자신들이 자전거를 탄 것처럼 왼쪽 오른쪽 왼쪽을 확인한 후 길을 나섰다.

“자 저기 stop 사인이 보이네요.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에 stop 사인이 보이면 어떻게 하나요?”
“네 무조건 서야 돼요. 그리고 왼쪽 오른쪽 왼쪽을 살펴야지요.”

 

stop 신호체계는 우리나라에 없는 거라 나도 운전할 때마다 익숙해지느라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멀찍이 지켜보는 나에게도 이 교육은 참 유용했다.

 

“먼저 stop한 사람이 먼저 갑니다. 그럼 질문. 동시에 stop을 하면 누가 먼저 갈 수 있나요?”

 

아이들이 여기 저기 손을 들고 대답을 했다.

 

“네.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먼저 가면 돼요.” 

 

 

“그럼 누가 먼저 왔는지 잘 모르겠으면 어떻게 하나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너도 나도 약속한 듯 손을 털듯이 빨리빨리 흔들면서 상대방보고 먼저 가라는 수신호를 해 보였다. 웃음이 나왔다. 엄마 아빠가 운전하는 걸 보고 자란 눈썰미에서 비롯된 몸짓이었다.

 

“좋아요. 마음 편히 상대방에게 양보하면 돼요.”

 

즐거운 교육의 열기는 무르익고 있었다. 아이가 이곳 학교에서 사귄 첫 친구 크리스티나의 엄마 다이아나는 트럭 운전사로 열연을 펼쳤다.

 

“어, 저 앞에 트럭 운전사가 있는데 딴 곳을 보고 있네요. 신호도 넣지 않아서 어디로 갈지 모르겠어요. 그럴 땐 어떻게 할까요?”
“네 여러분을 볼 때까지 기다리면서 아이 컨택을 시도해야 해요. (핸드폰 보면서 엄청 딴청을 피우는 다이아나. 아이들은 친구 엄마의 이 모습이 우스운지 키득거리면서도 언제 자기들을 봐줄까 애타는 표정이었다. 그 순간 살짝 고개를 든 다이아나.) 아 여러분을 보네요. 자 수신호 하세요.”

 

그림1

그림2

그림3

그림4

[그림 1~4] 도로안전교육 프로그램

 

한 번 전체적인 시뮬레이션을 한 후 실제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도는 교육이 이어졌다. 직진으로 가는 것만 겨우 익힌 딸이 자전거를 타고 코너를 돌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챈 선생님이 자원봉사자 엄마와 함께 코너 도는 방법을 따로 연습하도록 배려해주었다. 놀랍게도 금방 코너를 돌 수 있게 되니 ‘awesome!(멋져!)’하고 칭찬하면서 그 다음 과정으로는 한 손을 떼고 ‘좌회전’, ‘우회전’ 수신호를 넣는 연습을 하라고 격려해주었다. 한 편에서는 마음껏 자전거를 신나게 타면서 좌회전, 우회전을 할 때 좌우를 살피고 수신호를 넣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림5

[그림 5] 수신호 교육프로그램

 

 

전체적으로 정리를 하는 시간도 인상적이었다. 선생님이

 

“오늘 로데오 데이에 여러분이 열심히 참가해서 기뻤어요. 재밌었어요? 오늘 배운 게 있었나요?”

 

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너도 나도 손을 들어

 

 

“출발하기 전에 눈으로 스캔하는 거요.”

“앞의 차와 3피트 거리를 두는 거요.”

“스탑 사인에서 누가 먼저 출발하는가 하는 거요.”

 

 

라고 자기가 배운 바를 열심히 설명했다. 선생님은 발표를 하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기회를 주었고, 참을성 있게 끝까지 아이들의 발표를 유도해냈다. 어렸을 때부터 눈높이에 맞게 철저히 안전교육을 시키는 부분이라든가 아이들의 발표력을 향상시키는 수업 방식, 질문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로데오 데이’ 안내문에 나와 있었던 ‘재미있고 교육적입니다’라는 문구가 머릿속에 다시 떠올랐다. ‘교육’하면 ‘인내’와 ‘고통’이라는 두 단어가 동반되기 마련인데(‘재미’를 추구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고), 미국교육은 ‘교육’과 ‘재미’를 동등한 위계에 놓으려는 지향점이 뚜렷해 보인다. 사실 ‘知之者는 不如好之者요, 好之者는 不如樂之者라’,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즐기는 마음’은 동양에서 강조해온 미덕이다. 너무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느라 우리가 가진 즐김의 정신을 외면하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로데오 데이를 깃점으로 사흘 만에 자전거를 혼자 탈 줄 알게 된 딸을 보며 생각했다. 딸은 저녁을 먹자마자 동네 한 바퀴를 돌려고 이미 헬맷을 머리에 쓰고 있었다.

 

 

 

조윤경 (이화여대 교수, UCSB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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