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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교육

해외창의 이야기

해외 창의‧인성교육 관련 최신 전문 지식 및 교육 정보를 제공합니다. 

  • 작성자크레존
  • 등록일2015.09.01
  • 조회수1824

 

희망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편지

 

챔피언이 되세요!

 

 

그림1 호프 스쿨

 (그림 1. 호프 스쿨 교문 전경)

 

 

 

미국에 와서 집을 알아보면서 가장 크게 고려한 것은 딸의 초등학교였다. ‘내가 근무할 대학교에서 지나치게 멀지 않고’, ‘예상한 집값의 예산 범위 안에 있는 곳’(산타바바라는 집값이 비싼 편이다)이 추가적인 고려사항이었다. 미국의 공립초등학교도 학군과 사는 지역에 따라 자동적으로 배정되므로 괜찮은 초등학교가 어떤 곳인지 먼저 알아본 후 그 근처에 나오는 집들을 찾아야 했다. 아는 사람도 없고 정보가 전혀 없었던 나는 무작정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검색의 과정이 그러하듯 처음에는 참 막연했는데 이것 저것 살피다 보니 서서히 전체적인 윤곽이 파악되었다. 아예 렌트 가능한 집과 더불어 그 집의 학군에 속하는 학교 정보를 제공하는 부동산 사이트도 있었다. 그 정보에 의하면 학교의 랭킹이 1에서 10까지 매겨져 있는데, 기준은 학생들이 1년마다 치르는 표준화된 테스트를 근거로 집계되는 학업수행지표(API, Academic Performance Index)의 결과였다. 예컨대 최고 랭킹 10인 어느 학교의 API가 953이라면, 랭킹이 5인 학교의 API는 795인 식이었다.

 

 

놀라운 것은 랭킹 밑에 따라 나오는 부가 정보였다. 학생 정보에는 영재교육을 받는 학생(GATE students)의 퍼센트, 주로 이민자 가정의 학생들인 영어교육학습자(English learners)의 퍼센트, 극빈자 가정의 학생들인 점심보조 대상자들의 퍼센트, 학생들의 인종 비율 및 부모의 학력 정도에 대한 퍼센트가 나와 있었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정보가 적나라하게 공개되어 있어서 무척 놀랐다. 언제 이런 걸 조사하는지, 미국 학부모들은 이런 조사에 응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인지 궁금했다(나중에 학교를 결정하고 스무 장 가까이 되는 입학서류를 작성해보니 그 중 한 장에 이런 정보를 조사하는 데 협조를 구하는, 그러나 의무사항임을 명시한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학교 규모는 모든 공립학교들이 대략 한 반에 22명~25명 정도로 비슷했는데, API와 부가 정보의 차이는 학교 별로 컸으며, 그에 따라 집값도 천차만별이었다. 가령 위에서 언급한 랭킹이 10인 학교에서 영재교육을 받는 학생은 41%인 반면에 영어교육학습 대상자나 점심 보조 대상자는 각각 8%에 그쳤다. 대학원 졸업인 부모가 57%로 다수였으며, 학생 인종 비율은 백인 68%, 스페인계 16%, 아시아계 7%로 백인이 대다수였다. 반면 랭킹이 5인 어느 학교의 영재교육 대상자는 3%, 영어교육학습 대상자는 86%, 점심보조 대상자는 100%였다. 부모 교육의 정도는 고졸 이하인 부모가 46%로 가장 많았고, 인종비율은 95%가 스페인계, 나머지 백인, 아시아 등은 모두 1%였다.

 

 

이는 미국 공립학교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미국 교육의 장점이 독립심과 발표력, 창의력에 있음은 정평이 나 있는 사실인데, 뜻밖에 표준화된 시험에 의해 학교의 랭킹이 매겨지고 있었다. 또한 구역에 따라 학교 간 편차가 심할 뿐 아니라 학생들의 성적이 인종, 빈부, 부모의 교육 정도의 격차를 고스란히 반영하였다. 이 결과를 보면서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해졌다. 어느 나라든 아이들의 교육에 최고의 관심을 쏟고 있는데,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답을 찾기란 참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비교적 높은 랭킹이라고 되어 있는 학군의 집들을 차례로 방문해보고, 학교에 가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떤지도 보고, 우연히 만나게 된 교민들의 이야기도 들어본 결과 ‘희망 초등학교 Hope Elementary School’와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집을 구하고 이곳으로 아이를 보내기로 최종 결정을 하였다. 학교 이름이 아주 긍정적이고, 학교는 산이 보이는 소박한 시골 학교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 아이를 자연과 가까이에서 기르고 싶다는 내 소망에 적절해 보였다. 또한 아파트 매니저인 다니엘 Danielle이 자신이 이 동네 토박이이고, 자신의 언니부터 자신, 동생까지 이 학교 출신인데 선생님들도 좋으시고 매우 훌륭한 초등학교라고 하는 말에 마음이 더욱 끌렸다.

 

 

그림2 호프 스쿨

 (그림 2. 호프 스쿨 교내 전경)

 

그림3 호프 스쿨 뒷마당 나무

(그림 3. 호프 스쿨 뒷마당 나무)

 

 

방학 휴가 기간이 끝나고 학교 사무실에 가서 필요한 서류를 모두 제출하였더니 사무 담당 직원이 바로 그 자리에서 꼼꼼히 서류를 확인하였다. 그러더니 빠짐없이 잘 제출하였고 별 문제 없다며 ‘선생님 만나는 날’(반편성의 날)과 ‘수업 시작일’을 알려주었다. 아이가 한국에서 3학년 1학기를 마쳤지만 여기서는 4학년 1학기로 다니게 된다고 했다. 교장 선생님과 면담 한번 안하고 이 학교 선생님들 중 아무도 내 아이를 만나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간단히 입학이 결정된 건가 의심스러워 물어보았더니 지금은 교장선생님이 휴가 중이라 안계시지만 다음 주쯤 교장선생님의 편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교장선생님 편지는 오지 않았고, 어느 덧 개학이 코앞이었다. 걱정이 된 나는 다시 학교 사무실로 찾아갔다. 교장선생님 편지를 기다렸으나 오지 않았다고 말하자, 초조한 나에 비해 느긋한 행정실 직원은 별거 아니라는 듯 ‘쿨하게’ “아 오늘 발송하려고 했어요. 이거예요” 하면서 한 장짜리 파란색 종이를 건네주었다. 미리 준비해야 할 준비물들은 없는지 물어보니 “백팩이랑 운동화죠 뭐. 나머지는 담임선생님이 ‘선생님과 만나는 날’에 공지해주실 거예요” 하였다. 조금 머쓱해져서 행정실을 나와 (1분 만에 행정실 업무를 보고 3분 만에 다시 집에 가기는 더욱 그래서) 학교 뒤뜰 나무 그늘에 앉아 교장선생님 편지를 펼쳤다. 정확히 말하면 한 장짜리 하늘색 레터지를 반 접어 호치키스로 찍고 겉면에 학교 주소랑 받는 사람 주소를 써서 동봉하려던 것이었다. 내 아이가 외국에서 온 특별한 경우이니 교장선생님의 공식적인 입학허가 편지 내지 안내사항이 올 줄 알았는데, 그 편지라는 것이 새 학기 시작하기 전 교장선생님이 모든 학생들에게 보내는 안내문 같은 거였다. 

 

 

학교를 잘 결정한 게 맞나? 내가 너무 경솔했나? 이 학교는 학생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학교 아닐까? 복잡한 심경으로 이 단순한 편지를 살펴보니 주소 뒷면에는 중요한 날짜(개학일, 정규수업 시작 시간, 노동절로 학교가 휴교하는 날 등)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안쪽에는 절반은 영어, 절반은 스페인어로 교장선생님의 편지가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 짧은 편지를 읽는 순간, 나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길지 않으므로 전문을 번역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챔피언이 되세요!

 

 

모든 호프 학교 챔피언들에게 전합니다! 이제 180일의 세계적인 수업 훈련의 장으로 돌아올 시간이 왔어요. 독서, 글쓰기, 수학, 과학, 사회 수업이죠. (♫ “여러분은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여러분은 최고가 될 수 있어요.”) 여러분은 여러분의 두뇌, 여러분의 힘, 여러분의 기술 그리고 여러분의 결단력을 사용하게 될 거예요. (♫ “여러분은 멀리 갈 수 있어요. 여러분은 여러 마일을 뛸 수 있어요.”) 그러니 여러분의 훈련 기어를 준비하세요 – 백팩, 연필 그리고 공책이죠. 여러분의 코치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 “여러분은 영웅이 될 수 있어요. 여러분은 황금을 얻을 수 있어요.”)

 

 

우리의 연례행사인 ‘선생님과 만나는 날’, 이 “위대한 개막식”날에 오세요. 8월 26일 수요일 2시에 우리는 고대하고 고대하던 대망의 학급 배정표를 공개할 거고, 여러분은 학급 친구들을 만나게 될 거예요. (♫ “헌신하세요 그러면 여러분은 여러분이 명예의 전당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테니까요. 전 세계가 여러분의 이름을 알게 될 거예요.”)

 

 

바바라 라코르테, 여러분의 교장이자 여러분의 응원 단장으로부터.

 

 

유명한 팝송 "Hall of Fame"을 즐겨 부르고 자신을 응원 단장으로 자처하는 센스+열정 만점의 교장 선생님이 계신 학교란 말이지... 라는 생각이 들자 뭘 그렇게 긴장하고 초조해했나 싶었다. 개학을 하면 자연스럽게 담임선생님도 만나고 교장 선생님도 만나고 아이의 친구들도 만나게 될 터였다. 그럼 아이는 친구들과 섞여서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할 거고, 나도 내 나름대로 아이를 지켜보고 응원하면 된다.  편안한 마음이 되어 사방을 둘러보니 학교 직원 선생님들이 책상을 나르고, 청소를 하고, 정원을 손질하며 개학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 보였다. 내게 시원한 그늘을 내어 준 아름드리 큰 나무에는 도토리 열매들이 다닥다닥 매달려 야무지게 영글고 있었다.

 

 

조윤경 (이화여대 교수, UCSB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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