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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교육

해외창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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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크레존 담당자
  • 등록일2015.09.08
  • 조회수1497

선생님 만나는 날

 

개학식 날 딸의 손을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일찍 집을 나섰다. ‘Hope school’ 글자가 보이는 교문 앞에서 인증 사진도 찍고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벽 곳곳에 팝송 ‘Hall of Fame(명예의 전당)’의 구절들이 붙어있었다. 교장 선생님의 ‘18번’ 노래임에 틀림없었다.

 

그림1 Hall of Fame의 구절

[그림 1] Hall of fame의 구절

그림2 Hall of Fame의 구절

[그림 2]  Hall of fame의 구절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한 팀 두 팀씩 도착하기 시작하더니 운동장이 순식간에 활기로 가득 찼다.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이실까? 친구들은 타국에서 온 우리 아이를 반겨줄까? 생각하고 있는데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는 딸에게 발랄한 여자 아이들 세 명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안녕? 나 크리스티나야. 얘는 소피고 쟤는 루시야.”
“네 이름은 뭐니? 너 몇 학년이니?”
“어? 우리도 4학년인데. 우리 같은 반 되었으면 좋겠다.”

 

먼저 다가와 준 아이들 덕분에 딸의 얼굴이 환해지고, 내 마음도 덩달아 환해졌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강당 앞 몇 곳 벽에 걸려 있는 주황색 보드판 앞에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판 위에는 마치 제막식에 드리우는 커튼처럼 리본 묶인 끈이 매달려 있었다. 시간이 되어 교장선생님 말씀이 끝나면 일제히 저 주황색 보드판들을 개봉하는데, 거기에 담임선생님 성함과 1년 동안 함께 할 같은 반 친구들의 이름이 적혀있다고 했다.

 

그림3 주황식 보드판 앞에 모여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들

[그림3] 주황식 보드판 앞에 모여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

 

드디어 교장 선생님이 마이크 앞에 섰다. 인상 좋고 활기차 보이는 여자 교장 선생님이어서 무슨 감동적인 말씀을 하실지 기대가 되었다. 

 

“자 여러분, 여러분의 응원대장 라코르테입니다. 여기를 주목하세요. 새 학기를 힘차게 시작할 준비가 되었나요? 이제 곧 여러분의 반이랑 선생님, 친구들을 공개할 거예요. 기대되나요?”

 

그랬더니 모든 아이들이 “네” 하면서 보드판 앞으로 더욱 바짝 다가갔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은 이게 전부였다. 그리고 쇼 진행자처럼

 

“자 카운트다운을 할까요?”
“10, 9, 8,..... 3, 2, 1, 와~~~~”

 

 

아이들은 교장선생님과 함께 큰 소리로 카운트다운을 했고, “one” 소리가 끝나자 선생님들이 보드판을 가린 종이를 열었다. 파도치듯 들리는 아이들의 함성 소리. 같은 반이 된 아이들끼리 서로 얼싸안는 모습, 부모들끼리 악수하며 기뻐하는 흥분의 도가니가 꽤 오래 지속되었다.

 

 [동영상 1] 반 발표 공개 동영상

 

 

나는 이 풍경이 매우 신기했다. 이 학교에는 한 반에 22명 정도의 아이들이 있고, 한 학년에는 두 학급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 반 아니면 저 반에 배정된다. 그러니 ‘같은 반’이 된다는 게 뭐 그리 흥분되며, 게다가 중·고학년쯤 되면 두루두루 같은 반을 해봤을 터이고 대부분 서로를 알고 있을 텐데 뭐 그리 큰 새로움이 있으랴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반 배정 발표를 극적으로 박진감 넘치게 하고, 또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서로 같은 반이 된 사실을 축제의 흥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니.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딸은 Mrs. Foster 선생님의 반에 배정되어 있었고, 좀 전에 인사를 나눴던 착해 보이는 크리스티나와 같은 반이었다. 그래서 딸과 나도 다른 가족들처럼 뛸 듯이 기뻐했다. 기쁜 마음은 서로 쉽게 전염되는지 몸이 저절로 들썩여졌다.

 

 

교실로 들어가니 담임선생님이 웃으며 맞아 주었다. 책상에는 아이들의 이름표와 학부모들에게 전할 서류봉투가 놓여 있었다. 칠판에는 ‘내일 교실에서 읽을 책을 한 권 가져오세요’라고 씌어 있었다.

 

 

그림4 교실벽_초등학교에서 중시하는 가치

[그림 4] 교실벽_초등학교에서 중시하는 가치 

그림5 교실의 규칙

[그림 5] 교실의 규칙

그림6 어떤 글들로 채워질까

 [그림 6] 어떤 글들로 채워질까

 

담임선생님은 어떤 말씀을 하실까? 궁금해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학부모들이 한 명씩 담임선생님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고 개별적으로 몇 마디 웃으며 얘기를 나누더니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담임선생님의 공식적인 말씀은 없었고 ‘선생님 만나는 날’은 이렇게 끝났다.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기다리고 있던 나는 당황하여 황급히 아이를 데리고 선생님께로 다가갔다. 자신이 딸의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 했는지 몇 번 고쳐 말하며 확인하고는, 한국의 학교생활에 대해 몇 마디 묻더니 1년을 즐겁게 지내보자고 말하며 딸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교장선생님도, 담임선생님도 참 좋으신 것 같긴 한데 뭔가 정보를 세세하게 미리 알려주지 않아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서류봉투 안에는 학급 준비물 리스트, 학사 일정, 지진이 날 경우를 대비한 비치용 비상식량 리스트, 각종 부모 동의서, 부모회 가입서 등이 들어 있었다. 종이 한 장에 학생과 부모와 선생님이 1년 동안 해야 할 의무사항이 적혀있고 각자 서명을 하는 ‘서약서’도 있었다. 각각 5~6개 정도의 의무사항이 적혀 있었는데 하나씩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학생으로서 나는 매일 제 시간에 학교에 와서 배울 준비를 할 것입니다.’

 

‘부모로서 나는 숙제와 공부를 위한 조용한 시간, 장소, 도움을 제공할 것입니다’

 

‘선생으로서 나는 각각의 학생들의 최대 기대치가 무엇인지 소통하고 달성시키겠습니다’

 

 

학생, 부모, 선생님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함께 잘 해보자라고 하는 생각이 이 한 페이지의 서약서에 들어 있었다.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만 서약서에 서명을 함으로써 1년 동안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이 준비될 수 있었다. 그와 더불어 담임선생님의 긴 편지가 들어 있었다. 자신은 어디 어디에서 공부를 하고 근무를 하였으며, 두 아이의 엄마라는 것, 바닷가를 산책하거나 달리기,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사실 등이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교장선생님의 편지에 이어 담임선생님의 편지를 읽으면서 나는 아날로그적인 것의 장점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가 앞선 나라들을 추월하기 위해 주먹을 불끈 쥐고 인터넷, 스마트폰, 온갖 디지털 기기로 무장하고 달려가고 있는 사이, 뜻밖에 이 나라의 선생님들은 아날로그적인 편지나 주황색 보드판으로 감동을 전하고 있었다. 오늘 개학식을 돌이켜 보면 참 싱겁기도 하고, 너무 단순한 게 아닌가 실망감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편안하고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아이를 위해 독서용 책갈피를 꾸며서 보내달라는 게 서류봉투 안에 들어 있는 마지막 미션이었다. 짧은 개학식이었지만 나름 긴장을 했던지 일찍 곯아떨어진 딸 옆에 앉아 오래간만에 싸인펜이랑 색연필을 꺼내들었다. 딸이 좋아하는 돌고래, 인어, 산호, 문어, 불가사리 등을 잔뜩 그려 넣고, 하트도 오려서 붙여넣으며 참 얼마 만에 해보는 미술활동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어른들의 색칠하기, 종이접기가 유행이라고 해서 좀 싱겁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걸 해보니 의외로 몰입감을 주었다. 돌고래, 문어, 포도 나뭇잎의 형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면서, 초등학교 시절 어렸을 때의 나와 만날 수 있었다.

 

 

사실 딸과 이런 저런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놀아준다’는 생각보다는 내 스스로가 동심의 원형을 되찾는 기쁨과 감동을 느끼는 부분이 더 큰 것 같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제 2의 인생을 다시 살아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 사람 저 사람 창의적인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공통점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은 바로 어렸을 때 했던 일을 어른이 되어서도 하면서 그것을 창의적인 결과물로 이끌어 낸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초등학교의 학습 방법이나 학생들의 활동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금의 기회가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조윤경 (이화여대 교수, UCSB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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